허니몬에 관한 보고서/허니몬의 물병편지
오늘 인터넷을 방황하며 글을 읽다가, 한편의 기사를 발견했다.
"금융권IT홀대가 금융대란 불렀다" - etnews
현대캐피탈에서 해킹을 당해 이용자정보가 유출되었다. 그리고 농협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IT경쟁력은 극히 약해졌다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엠티를 다녀왔다는 룸메의 등짝. (....)
엠티를 다녀왔다는 룸메의 등짝. (....) by 아침놀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만나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현재 우리나라 SW 업계에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개발자가 개발자로서 개발에 집중할 수 없고,
기업 내부의 알력다툼, 줄서기 등의 정치적인 행위들에 의해 단명하는 개발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거기에 이전부터 악습처럼 내려오는, 주말근무, 야근 등의 개발자를 갈가먹는 병폐가 여전히 만연해
있는 것이 우리나라 IT업계의 현실이다.

- 일본 원전 배관 전문가 '히라이 노리오' 의 고백
출처 : http://nandozil.tistory.com/?page=1
의 글을 보면서,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을 메꾸기 위해 실력이 부족한 인재들을 동원했을 때의
참담한 결과를 확인하여 볼 수가 있다.

  올해 초, 나는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싶어 들어갔던 회사에서
유지보수(SM) 업무를 담당하는 곳에 투입하면서 조금씩 게을러지는 나에 대해서 경각심을 품게 되면서였다.
회사를 나와 구직활동을 하면서 제법 많은 회사와 면접을 보고 구경을 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연락이 된
회사들 중에서 상당수는 아웃소싱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파견 업체였다.
  프로젝트에 투입될 인력을 조달하여 공급하는 인력소개업체에 불과한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기업들은
국내에 꽤 넓게 분포되어 있다. 그래서 SW개발자들이 자주들리는 사이트의 구인란에는 이들이 던져주는
일감들로 가득한 모습으루 볼 수가 있으며, 리쿠르트 사이트에 개인 이력을 공개할라치면, 무섭게 연락이
온다. 그렇게 온 연락 중에 제일 무서웠던 것이,
  "이렇게 해서 0년차로 해서 유지보수 업무에 들어갑시다."
  라며, 공개되어 있던 나의 이력을 이력서에 적고, 내 이력보다 몇배로 부풀린 경력이 적힌 경력서를
보내준 어느 업체의 대표(라고 해봤자, 영업 몇명이 있는 정도의 작은 아웃소싱이게ㅆ지만)의 전화를
받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내 경력을 부풀려 내 단가를 높이고서는, 거기서 2~30%를 가져간다.... 그런
회사가 많이 존재하며,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국내 SW업계가 얼마나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SW업체가 기술력이 아닌 인력으로 먹고사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널리
퍼지고 있는 웃지못할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요즘에 발생하는 금융전산 관련 사건들은 큰
시사점을 준다.
  작년 2월 15일, K은행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전산팀장의 자살
  관련기사 :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11438
  폐절제술을 받은 N사, 야근 인정해달라
  관련기사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00817171744&section=02
이 기사들만 봐도, 얼마나 금융IT쪽에서 개발자들이 힘겨운 상황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쪽에서 일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가 힘든 건 아니다. 업무마다 다르다.'
라고 이야기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연일 계속 되는 야근, 주말 근무 등이 강요되는
좋지않은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공통적인 의견이기도 하다.

최근 출간을 하신 개발자께서 싸인회를 겸하여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개발에 대한
열정을 뜨겁게 내뿜는 분이신지라, 그 모임에 참가했던 개발잗르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이 말씀하셨다.
3~5년만 기다리면, 뭔가 해볼 수 있는 때가 올 겁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예견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지식 노동자인 개발자들에 대한 수요는 늘었지만,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 개발자로서 지내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유지되다보면, 점점 더 고도화되어가야할 우리나라 IT산업은
침체의 기로에 들어설지도 모른다. 최근 국내 과학교육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카이스트에서 '경쟁'에
의한 차등 등록금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자살'하는 재학생이 늘어가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사건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7~80년대를 넘어서면서, 기술자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가 커져가고,
현재의 사회를 이룬 기술자들에 대한 노고를 잊어버렸다. 우리나라처럼 자연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인재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자원이 어디있을까?
다들 졸릴텐데 강의 듣느라 ..
다들 졸릴텐데 강의 듣느라 .. by gedoc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왜 이 글을 썼나 곰곰히 생각해 본다. 왜 썼더라....
아, 오늘 프로젝트 진행하는 곳에, 대기업의 신입사원들이 우르르 견습을 오는 모습을 보고서,
불현듯 떠올랐다.
그 신입사원들의 상큼하고 패기넘치는 모습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지쳐가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본
많은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나라 사회는 여러모로 깊게 병들었지만,
그것을 치유할만한 용기가 없다.
깊게 곪아버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상처를 째고, 고름을 짜내고, 약을 바르고,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사회전반적인 시도가 필요한데...
우리는 그럴 여유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