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빨리빨리' 변해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다른모습으로 빠르게 변해가는 현실 속에 휩쓸려 정신없이 생활하다가 보면 어느사이엔가 나는 진이 빠져 지친모습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는 내 자신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것이 '어딘가'를 향해 떠나는 여행이다. 많은 여행방법 들 중에서 내가 선호하는 것은 내 두발로 여행지를 걷는 '걷기 여행'이다. '빨리빨리'를 강요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여행, 나에게 그런 여행이 바로 '걷기 여행'이다.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거침없이 걸어라'라는 제목의 '워킹홀릭'이라며 걷기에 대한 예찬론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 그 책을 오디언 북으로 들으면서 나름 괜찮았다라고 생각한다. 책 내용자체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걷기 + 여행 = 걷기여행'이라는 나만의 간단한 공식이 성립하는 여행방법을 내 나름의 이야기들로 풀어볼까 한다. 여러분들도 나와 같이 걷기 여행을 즐겨보자.
- 여행에 대해서
'얼마나 걷기 여행을 자주 갔길래 이런 글을 쓰느냐?'라고 물으실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찾아주시는 분들도 적은 내 블로그에서는 조금은 어이없는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내가 '걷기 여행'이라고 말하고 나름 장거리(1박 2일 이상 소요)를 떠난 여행은 현재 집(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에서 춘천(목적지는 강원대학교, 내 모교)까지 걸어가는 여정이 시작이었다. 그 다음 떠난 여행은 동해에서 정동진(조금 위쪽)까지 해안도로를 따라서 북상하는 여행, 울릉도 주변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여행 정도가 되겠다. 올해 계획으로는 남해안과 서해안쪽으로 해서 2박 3일 정도로 떠나는 여행을 계획중이기도 하다.
거창한 이유를 가지고 떠난 여행은 없었다. '한번 가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여행이었다.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있지만,
우리가 가야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中
걷는 여행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있다
1. 편안한 복장(속옷, 바지, 신발), 통풍잘되는 옷
걷기 여행은 장시간을 걷고 또 걷는 여행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몸 내부에서 상당히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통풍이 잘 되고 가벼운 옷을 입는 것이 좋다. 가급적이면 청바지와 트렁크 팬츠는 피하는 것이 좋다. 생각에 비해서 피부가 약해서 몇시간의 계속되는 마찰에 의해 피부가 쓸리는 경우가 자주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발에 꼭맞는 편안한 신발이다. 신발이 편하지 않으면 발에 물집이 쉽게 잡히고 통풍이 안되면 발냄새도 심하게 나고 땀도 많이 나서 물집이 잡힐 확률이 높다.
2. 여행 관련 계획서
훌쩍 떠나는 여행이 좋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계획은 필요하다. 현지의 길(혹은 도로)을 확인할 수 있는 지도, 주변 관광지나 명소를 알려주는 안내책자가 필요하다. 이를 수첩에 간단하게 옮겨두는 것도 좋다. 몇시에 일어나 얼마를 가서 쉬고 얼마를 가서 식사를 하고 어디서 쉴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중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비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는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위의 사진들은 내가 작년 10월초에 울릉도 여행을 하면서 썼던 내 나름의 계획표다. ^^; 악필이지만 양해해주세요.
3. 가벼운 배낭, 물통, 바세린, 모자, 손수건, 우비
갈아입을 몇가지의 옷과 간단한 식량을 넣을 수 있는 배낭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실 물을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물통(자기에 맞는 크기로)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바세린은 발바닥에 발라두시면 물집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사타구니나 겨드랑이 사이가 쓰라릴 경우가 생기는데, 미리 그곳에 발라두시면 통증을 완하하는 효과를 줍니다. 모자는 쏟아지는 햇볕으로부터 얼굴이 타는 것을 가릴 수 있도록 창이 넓은 모자를 준비하세요. 통풍도 잘 되면 좋구요. 손수건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거나 도로를 걸을 때 먼지가 많이 날 경우 얼굴을 가리는데 씁니다. 기본적으로 날이 좋은 날을 잡아서 떠나는 여행이겠지만 날씨가 가끔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가 내릴 경우에 몸이 젖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비도 꼭 챙기세요.
4. 바늘, 실, 반창고와 연고
위의 도구들은 발에 물집이 잡히거나 뒤꿈치가 까졌을 때 대응을 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평소에 장거리를 걸을 일이 없던 사람이 걷기 여행을 위해 신발을 신고 배낭을 메고 갖가지 물건들을 챙겨서 걷게 되면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하중에 발에 쏠리면서 발에는 물집이 생길 확률이 높아집니다(사람에 따라서 정도가 조금 다릅니다. 물집이 생기면 생기기 전에 비해서 걷기 속도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상처가 덧나거나 물집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물집이 생기면 쉬는 동안 반드시 처리를 해주세요.)
물집 생겼을 때 처리하는
발에 물집이 생겼을 때 처리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물집 생긴 부분에 바늘에 실을 꿰어서 관통한 다음 실의 양쪽 끝을 살짝(3~5mm)만 남겨서 잘라주십시오. 물집 크기에 따라서 왼쪽에서처럼 십자형으로 교차해주시거나 일자로 관통시켜 주시고 끝을 살짝 남기고 자르시면 물집이 실을 타고서 밖으로 흘러나와 물집이 커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다만, 처리 후 걸을 때 잠시 통증이 강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걷다보면 가시니까 괜찮아지실 겁니다). 그리고 자주 쉬어주십시오. 양말도 자주 갈아신어 주셔야 합니다. 물집이 양말에 스며들어서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습니다.
5. 사진기와 수첩
떠난 여행의 과정에서 느끼는 장관이나 감상 등을 적고 찍어서 남길 수 있는 기록수단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요로코롬 한번씩 찍어줘야죠. 자세히 보면 힘들어서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있음.
6. 야간 걷기를 위한 도구 : 반광밴드, 경광봉
저는 개인적으로 야간 걷기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계획하는 걷기 여행이 도로변을 걷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야간걷기를 하게 될 경우에는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한적한 시골길이나 산골짜기 길을 걸을 때에도 안전을 생각해서 야광밴드, 캐미컬 라이트 등을 챙겨서 장착하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행은 안전하고 느긋하게 즐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
7. 간단한 식량 : 초코바, 초콜릿, 사탕, 껌 등
쉬는 중간중간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열량이 있는 제품들을 챙겨가세요. ^^; 제 개인적으로는 걷는 동안 껌을 씹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목이 마르고 힘들더라구요. ㅠㅅ-)
걷기 여행은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바라보며 즐기는 멋진 여행입니다. ^^; 발에 통증을 유발하는 물집만 생각하면 인상이 찡그려지고 고관절 통증이 수반되기도 하지만,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콧노래를 부르며 떠나는 여행은 자동차를 타고 휙휙 지나가는 풍경과는 또다른 모습으로 천천히 나의 눈에 각인되어 갑니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속도는 걷는 속도다.' 걷는 속도 정도가 인간이 인지하고 그것에 대해 반응하기 적합한 속도라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시대가 쉴틈도없이 급변하는 속에서 '느림'을 즐길 수 있는 손쉬운 여행인거죠.
여러분도 걷기 여행 한번 떠나보세요. ^^)... 아마도 날이 풀리면 주말에 돌아다니느라 바쁠 뜻 하네요.
여행 목적지를 선택하고 주변 정보를 모으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가 즐거운 여행의 시작이다.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낯선 세상으로의 여행을 떠나봅시다. ^^
걷기 여행을 하면서 찍었던 사진 몇가지 올려봅니다. ^^
울릉도에서 유명한 홍합밥!! 혼자가면 못먹습니다. 2인 이상 필수!!
성인봉
춘천에 있는 소양강 처녀
제주도에서 찍은 보리밭
길가에 코스모스
나를 쳐다보는 강아지
성산 일출봉에 있는 조랑말(?!)
명동
명동
문배마을 가는 길
인사동
서울 디자인 올림픽
충정로 약현성당
어느 골목
울릉도
상어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