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열린 날, 개천절을 맞아 영남알프스를 찾았다.
00:35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에서 울산행 버스를 탔다.
고속버스터미널에는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내려가려는 사람들이 자정을 넘은 시간까지 분주히 오고갔다. 어떤 이들은 나와 같이 등산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려는 이들도 있었고, 고향을 향하는 이들도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늦은 시간에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은 언제나 흥미롭다.
울산으로 가는 심야우등은 35,200원.
자정 무렵에 출발하여 부지런히 고속도로를 달려 2시 반에 구미쪽에 있는 선산휴게소에 들렸다가 5시 무렵 울산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고속버스 터미널 부근에 있는 해장국집을 찾아들어가 빈 속을 채우고 배내고개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택시비는 대략 36,600원이 나왔다. 3명이 함께갔으니 부담없이 분배.
택시기사님이 간월산 진입로를 정확하게 모르시는 관계로 조금 길을 잘못 들었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입구에 급히 내렸다. 때마침 간월재를 향하시던 어르신을 만나서 그분들의 안내를 받아 간월재를 향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코스와는 다른 길이었다. 사유지였기 때문인지 콘크리트 길이 간월재까지 쭈욱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간월재는 임도가 잘 갖춰진 곳으로 보인다. 때마침 울주오딧세이(참조링크)가 오전 10시부터 열리기로 되어있어서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산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고요한 산의 평화를 깨뜨리는 시끄러운 소음을 일으키는 행사. 산을 산으로 즐기고 싶은 마음을 찡그리게 만든다.
산은 불어오는 바람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소리, 억새소리, 새소리가 어울어져야 제맛인데, 악기를 조율하기 위해 띵띵낑낑 거리는 소리는 이른 아침에 간월재를 찾은 우리의 인상을 흐리게 만들었다.
등산하면서 음악을 스피커로 틀어놓고 등산하는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하늘이 쾌청했다. 약간 아쉬웠던 건 산 아래 풍경이 뿌옇게 보였다는거? 뭐 그래도 쨍한 하늘 덕분에 간월재-신불재-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 길을 걷는 동안 풍경에 감탄하며 즐겁게 걸을 수 있었다(하산 할 때는 고통스러웠지만...)
간월재 중턱에는 제법 큰 휴게소가 위치해있다. 바람도 쉬어가는 간월재라고 하는데 사람들도 이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간월산 정상을 다녀오면서 휴게소에 들려 따뜻한 라면 한사발.
동행한 이는 산에서 먹는 컵라면의 진미를 예찬한다.
왜 산에서 먹는 컵라면은 맛있는걸까?
억새풀은 간월재보다는 신불재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에 더욱 멋드러지게 자라고 있었다. 산정상은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커다란 나무보다는 억새와 작은 수목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 덕분에 주변의 풍광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전날 울산에도 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기대와는 다리 뿌옇게 보이는 풍경.
울산이기 때문일까?
억새풀이 황금색으로 변하고 푸른 하늘빛과 어울릴 때의 모습은 상상만해도...! 멋진 장관이 될 것이다.
영축산으로 가는 길에는 사람 키만큼 길게 자란 억새풀들이 바람이 흔들흔들 춤을 추고 있다.
영축산에서 통도환타지아 유원지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초반에는 매우 가파르고 험난하다. 그러다가 중간쯤 오면 굴곡이 심한 비포장길이 나온다. 자갈밭인지라... 내려가는 길이 쉽지가 않았다. 오랜만의 산행에 무릎과 발목에서는 통증이 찌릿찌릿...
산행에서 사용할 스틱을 준비해야겠다.
내려오는 길에 언양불고기를 먹으러 가기전 너무 허기진 탓에 힘이 없어서 두부집에 들어가 동동주+두부김치+해물파전을 시켰다. 호리병에 담겨져나오는 동동주의 적당한 달달함이 맘에 들었다.
신불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언양진미불고기(http://www.jinmi.me/)집을 향했다. 1박 2일 촬영팀이 방문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곳이었다.
새로지은지 얼마되지 않은 깔끔한 식당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깔끔한 양념에 저민 불고기를 떡갈비처럼 뭉쳐서 숯불에 구워 훈제향을 베어들게 만들어 입맛을 자극한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맛이 깔끔하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