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석(IT 컬럼니스트) 200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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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컬럼에서 필자가 언급하는 ‘인적자원’은 단지 조직 내에서 업무상 관리 대상으로서의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포괄적인 의미의 개념이다. 삶의 중요한 순간에서 챔피언, 파트너, 스탭으로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인적자원을 뜻한다.
사람들은 인적자원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만의 인적자원을 만들기 위해 어떤것을 실천하고 있을까? 업무상으로 또는 모임에서 만난 타인과 명함을 주고받고 메일로 인사를 건네는 정도로 좋은 인적자원을 확보할수 있을까?
IT 업계에서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똑똑한 사람들도 많고 때로는 감탄을 자아내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하지만 인적자원의 가치에 진정한 관심을 갖고 있는 똑똑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결코 흔치 않다.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자기자신에게 관심이 있고 자신의 문제 해결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강렬한 관심과 자신 이외의 것에 대한 미적지근한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사람이란 바로 그러한 인간 본성으로 인해, 자신의 능력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고통을 겪고 가시밭 길을 걷게 된다. 경력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우리는 다음의 세가지 인적자원 유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첫째, ‘챔피언(또는 스폰서)’은 자신에게 조언을 해주고 새로운(어쩌면 파격적인)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대개의 경우자신보다 경험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손윗사람이다. 챔피언이 없는 사람은 모든 문제를 자신의 얕은 경험으로 판단해야 하고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둘째, ‘파트너’는 자신의 결점을 보완해주고 자신이 할 수 없거나 잘 하지 못하는 영역을 맡아주는 동료이다. 인생에서 진정 소중한 사람인 소울메이트(soul mate)가 있다면, 특별한 업무적 동반자로서 파트너가 있는 것이다.
셋째, ‘스탭(staff)’은 정해진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특정 역할을 담당하여 맡은 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해내는 사람이다.대개의 경우 업무적 지시를 할 수 있는 손아랫사람이다. 부하직원이라는 표현을 일부러 쓰지 않은 이유는, 필자가 역할 중심의표현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며 또한 조직에서 그냥 주어진 임시 관계가 아니라 의기투합한 관계를 뜻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의 총생산성은 그 사람이 유능한 스탭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스탭이 없는 사람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그 생산성이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부연하자면, 위의 인적자원 유형들은 한국적 호형호제의 문화가 아니라 합리성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업무상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인정하는 것이지, 단지 친하기 때문에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찾아서 사귀고, 조언을 주고 받고,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행동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일이다. 삼국지의 도원결의(桃園結義)는 단지 유비, 관우, 장비에게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 현대는 또 다른 의미의 난세이며우리에게는 의기투합하여 난세를 함께 헤쳐나갈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똑똑한 사람이 똑똑한 타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성격까지 심하게 까칠해서 오히려 타인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유형의 사람도 있다.
사실 그런 사람은 제대로 똑똑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어설프게 똑똑한 것이다. 진짜 똑똑한 사람은 똑똑한 사람과 의기투합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설프게 똑똑한 사람이 타인으로부터 조언을 구하거나 행동을 함께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명백하다. 그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타인이 왜 필요하겠는가?
필자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 사실 필자도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고 몇 번의 실패를 거쳐서야 어설프게 똑똑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이란 한번의 실수로 깨닫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강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약한 사람의 의지란 결국 아집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달라 보여도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실수를 오랫동안 계속반복하게 된다. 자신 스스로는 훨씬 잘났다고 느끼는데 생각만큼 일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점을 곰곰이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의기투합한 인적자원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아무리 잘 할 지라도 그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성과의 한계는 오로지 해당 개인의능력 범위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인적자원을 찾아서 의기투합하여, 챔피언이 준 기회를 얻고, 파트너를 통해 자신의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할 훌륭한 스탭을 갖추고 있다면 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성과의 한계는 거의 무한대로확장된다. 난세에서 승리하는 지혜가 바로 이것에 있는 것이다.
단순한 지식의 주고받음이 아니라 의기투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오로지자신에게만 관심을 갖고,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고, 혼자서 쓸쓸히 실패한다. 특히 개발자, 엔지니어들 중에 그런 타입이 많다.필자도 개발자 출신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특성상 그리고 업무의 특성상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 독자라면 특별히 필자에게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의기투합할 사람을 찾는 것이 그리 쉬운가?”
글쎄, 그런 질문은 업무상 소울메이트를 찾기 위해 열심히 행동한 사람만이 할 자격이 있는 질문일 것이다. 몇 년을 찾아서의기투합할 사람 한 명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찾지 않고 마음의 문을 열고 있지 못하다면, 10년이 지나도 아무도 만나지못할 것이다.
필자가 목격하고 경험한 바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을 확보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선택적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꾸어말하면, 이 치열한 세상에서 오로지 혼자인 사람이 의기투합한 그룹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그 답은 말할 필요도 없을것이다.
자신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할수록, 그리고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강할수록, 의기투합할 사람을 찾고 그런 사람들이 호감을가질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단순한 게임의 법칙을 간과해서 지금 이 순간도 인생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다.필자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특히 자신의 전문적 업무에만 매몰되기 쉬운 개발자, 엔지니어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얘기라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각성과훈련을 통해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도 다룰 수 없다. 타인에 대한 태도는 몹시 중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들이 들어와서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곳을 의기투합한 사람들과 함께 함으로써 비로소 갈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멋진 신세계의 경험이다.
그런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 이 난세에 수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그들이 모이고 사귀고의기투합하여 무언가를 이루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무척 생산적인 일이다. 세상의 변화는 바로 그런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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