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의 둘째날 여행이 시작되었다. 먼길을 가기 위해서는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먹어야 한다.
그건 어느 여행에서든 제일 기본적인 행동지침이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야 한다.
그래야만 체력을 보충하고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숙소였던 지리산장과 식사를 한 지리산기사님식당.
식당의 음식은 깔끔하고 맛이 괜찮았다.
인월면의 모습이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모습이랄까?
인월~금계구간(19.3km)의 시작코스다. 예전에 1박 2일에서 강호동, 은지원팀은 금계에서 인월로 오는 코스를 선택했고, 나는 그와는 반대로 인월에서 금계로 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코스의 처음은 보는 것처럼 하천의 곁에 있는 둑을 따라서 1~2km 정도를 걸으며 산등성이를 향하는 코스다.
내가 둘레길 걷기를 시작할 무렵, 인근 마을에서 민박을 한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나오면서 둘레길을 걸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둘레길에는 가족, 연인,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 등 다양한 구성의 사람들이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물론, 나는 혼자서도 잘 다니므로 그런 것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어머니와 딸이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제일 많이 봤던 것 같다.
특이한 모습으로 쉬고 있는 외가리를 발견했다. 무릎관절이 안좋은지 저렇게 다리를 뻗고 앉아서 쉬고 있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사람에게만 있는게 아닌가?
하천의 굽이굽이 흐르며 중간에 형성된 작은 풀숲에 황소들이 묶여 있었다. 여유롭게 풀을 뜯는 모습은 언제봐도 한편의 그림같다. 이렇게 풀을 스스로 뜯어먹으면서 움직이는 소가 정말 건강하지 않을까? 올 겨울 구제역으로 비명횡사한 소와 돼지들에게 묵념.
이 길은 서서히 산등성이를 향해 이어져 간다.
종군마을에서도 민박을 할 수가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담벼락에 잘그리지는 않았지만, 정감있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길을 걷다가 힘이 들면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의자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이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완만하게 시작하는 오르막길이지만, 산길에 들어서는 마지마에는 급격하게 경사가 높아지는 길이니, 쉬엄쉬엄 올라가자.
경사가 급격해지기 직전에 잠시 계곡에 들어섰다.
계곡에 오면 누굴나 한번쯤 하는 계곡물에 발담그기!
인월은 양봉꿀로 유명한 곳이다. 때마침, 양지바른 곳에 양봉을 시작하는 풍경을 볼 수가 있다.
경사가 급격히 가파라지기 시작했다.
은지원, 강호동 씨가 쉬어갔다는 그곳이다. 여기서 라면 7개를 먹었다고...? ㅎㅎ.
이제 이런 산길이 쭈욱 이어져 있다. 이 날은 태양이 뜨거워서 숲을 걷는데도 덥더군요.
맑은 그대여,
아름다운 새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여기서는 잠시 멈춰서서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도시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었던 맑게 울려퍼지는 새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걷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구간의 산길은 그리 경사가 험하지 않아서 편안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첫번째 고개가 끝나는 지점입니다. 인월-금계 구간은 3개의 구간을 넘는 것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마을이, 강호동씨와 은지원씨가 하루밤을 묵은 동네일 겁니다. 맞나...? ㅡ_-)?
성산제를 지내는 신성한 소나무, '성산 소나무'라고 하더군요.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가 작은 그늘을 마련해주어 여행객들에게 쉬어갈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잠시 벤치에 앉아 둘레길을 내려다보며 숨을 둘려도 나쁘지 않겠죠? 태양이 강렬하게 불타오르면서 하늘이 하얗게 변해버렸네요. 지금 제 오른팔은, 이날 붉게 타버린 덕분에 허물을 벗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허물벗기를 하고 있네요.
고개를 넘으면서, 어느 중년의 등산객 아저씨가 배낭에 죽순4개를 꽂고 유유히 넘어오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마을의 농작물들에 손을 대는 겁니까? 여행다닐 정도면 배를 곪으실 정도는 아닐텐데, 현지 농민들이 어렵게어렵게 키우고 가꾼 농작물을 훔치는 모습은 썩 유쾌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보시면 알겠지만, 농작물을 훔치는 일부 몰지각한 여행객들에 의해서 둘레길 코스가 변경된 경우도 많습니다. 변경된 코스는 빙빙 돌아가기에 더욱 힘이 들고 경치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란 죽순들을 보고서 눈이 멀어, 대나무 밭에 들어가 죽순을 뽑으시는 분이 있지요. 그러면서 아직 자라지 않은 죽순들을 밟아서 훼손하기도 하고요.
논에 가두어진 물에서는 올챙이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올챙이들의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아마 도시의 아이들은 이렇게 논바닥에서 꿈틀대고 있는 올챙이들을 제대로 본 적이 없겠지요. 저 올챙이들이 자라 뒷발이 생기고 앞발이 생기고 꼬리가 짧아져서 개구리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아이들도 있겠지요.
특별한 의미를 두고 만든 것인지 알수는 없는 나무 조형물입니다.
두번째 고개를 넘기 전에 쉬어갈겸 나무그늘 아래서 신발을 벗고 바닥에 누워 쉽니다. 여행이란 게 그런거죠. 가다가 힘이 들면 앉아서 쉬기도 하고 배를 채우기도 하는 거죠.
태양은 뜨겁죠.
두번째 고개를 넘어서면 멀리 다랭이논을 볼 수가 있습니다. 1박 2일에서 헬기로 해서 찍은 그곳이죠. 계단식 논이죠. ^^;;
저 견공은 주인을 잘만나서 저렇게 편안하게 둘레길 구경을 합니다. 헥헥. 난 힘들다!
거대한 소나무가 뿌리째 뽑혀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아마, 저 소나무는 오래살지 못할겁니다. 사람들은 이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돈을 투자하겠지요.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은 아름답지요.
산등성이 공터에 마련된 묘자리에는 어느 부부들이 나란히 잠들어 있지 않을까요? 그들이 잠든 시간만큼, 묘자리는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흙을 돌아갑니다. 우리들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지요. 공수래 공수거 라죠.
점심 때가 되어 눈에 띄는 휴게소에 들어가 열무국수를 시켰습니다. 얼음 몇개 동동 띄워주었으면 더 시원하고 좋았을텐데. ^^ 혼자여서 동동주를 먹기는 그렇더라구요. ㅠㅅ-) 다음에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동동주에 파전 해야겠습니다. ㅎ.
다랭이논의 모습입니다. 산을 최대한 활용하여 농사를 할 수 있도록 계단식 논이 차곡차곡 들어서 있고, 모를 심은지 얼마되지 않은 듯 아직 모들이 제대로 자라지 않았습니다.
파전과 동동주를 즐기시던 아주머니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음식이 아주 맛있다고 극찬을 하시더군요. 이 곳에서 강호동씨와 은지원씨가 허기를 채웠었지요. 제3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해서 휴게소들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코스가 길고 험한편이라 허기를 느끼기도 쉬워서 그런 것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이곳까지 본 다음에는 마을로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인월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고개를 넘어 금계로 가는 곳의 풍경은... 코스가 바뀌어서, 길게 뻗은 콘크리트길을 오랜시간 걸어야해서 여러모로 몸에 무리도 오고 좋지 않거든요. 여름이면, 뜨겁게 달궈진 콘크리트길의 열기에 힘겨워질겁니다.
다랭이논 꼭대기에서 찍은 풍경입니다. 경사가 상당히 가파릅니다.
여기서부터는 콘크리트길이 길게 쭈욱 뻗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콘크리트길 양쪽으로는 소나무숲이 이어져있는데, 이 길로 인해서 조만간 소나무들이 서서히 고사하는 현상이 나타날겁니다. 그리고 그 말라죽은 소나무들 사이로 참나무류의 식물들이 들어서게 될겁니다.
멀리 천왕봉이 보입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에도 저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천왕봉을 오르셨겠지요.
이쪽 코스로 해서 올라가는 길이 원래 코스였겠지만, 현지민들의 청원이 있어서 이 코스가 폐쇄되고 옆으로 돌아가는 길로 바뀌었겠죠.
곳곳에서 씁쓸한 광경들을 목격할 수가 있었습니다.
모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
제 팔은 이렇게 붉게 익어버렸습니다. 선크림, 팔토시는 필수 입니다. 거기에 챙이 넓은 모자도 필수 입니다.
인월에 돌아와서 목욕탕에서 목욜을 마친 후에, 서울에 올라가기전 삼겹살을 시켰습니다. 2인분 이상시켜야 준다기에 시켰는데, 고기가 2인분이 채 안되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더군요.
싹 비웠습니다. ㅡ0-)>
제가 종교를 싫어해서 그럴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좋은 풍광을 담으려고 하면, 거기에 뾰족한 첨탑에 달린 십자가가 풍경을 해치네요. 마음에 안들어요.
인월에서 동서울로 출발하는 버스는 적습니다. 주말이면 특별편이 운행을 하지만, 인월에서 올라가려는 분들이 많은 탓에 자리가 금방 동이납니다. 가능하면 미리 예약을 해서 좌석을 정하시고 여행을 떠나시는 것도 좋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하룻밤 묵고 다음날 오전에 떠나시는 것도 좋고, 아니면 남원으로 가서 남원에서 서울로 가는 교통편을 찾는 것도 괜찮겠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에서 찍은 풍경입니다.
오늘 입었던 티셔츠를 집에와서 펼쳐보니 이렇게 소금기들이 베어있더군요. 힘이 들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산길을 홀로 걷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로운 여행이었습니다. 가까운 친구와 함꼐, 혹은 부모님과 함께 걸어도 좋은 길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경비는 15만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숙박비 3만원, 교통비 4만원, 8만원은 식비... 먹는 것에 돈을 아끼면 여행이 즐겁지 않죠. ㅎㅎ.
이제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둘레길을 걷기는 힘이 들겁니다. 농작물과 벼가 익어가는 8월말에서 10월초사이가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코스 중간중간마다 이정표와 쉼터가 있고, 시작과 끝지점에 안내소가 있어서 여행을 하는데 별다른 무리는 없을 겁니다.
한번 떠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