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몬의 IT 이야기
글 :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06.07.12 / 11:13]

최근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더 이상 할 게 없다”, “업데이트가 늦다”는 이유로 게임을 그만두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숫자와 유저들의 컨텐츠 소모 속도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이에 대응하는 컨텐츠 업데이트 속도나 서비스의 질은 몇 년 째 제자리걸음.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정식서비스 중인 게임의 새로운 컨텐츠를 제공해야 할 ‘패치팀’의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업계의 골칫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베타테스트를 마치고, 정식서비스 중인 게임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유저들은 "정식서비스 이후 패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더 이상 새로운 컨텐츠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유저들의 잦은 서비스 이탈현상은 온라인게임의 수명을 전반적으로 단축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 “패치팀은 남이 하던 일”, 개발자 기피현상 극심

게임 업체에서 ‘패치팀’이란 기존 게임의 버그를 수정하고, 새로운 컨텐츠 업데이트를 책임지는 개발팀을 말한다. 그러나 운영자들(GM)과 함께 게임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책임지는 패치팀을 개발자들이 기피하는 등, 파행 운영되면서 그 피해를 유저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게임이 테스트 단계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경우, 초기부터 개발에 참여했던 핵심 개발자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로 투입되거나 다른 게임업체로 빠져나가는 것이 게임업계의 인력 이동상황. 결국, 비핵심개발자나 회사의 신입인력들이 패치팀으로 남아 게임의 버그 수정과 업데이트를 맡게 된다.

실제로 한 개발자는 “개발자들은 패치팀의 작업을 ‘남이 하던 일’이라는 생각에 기피한다”며 “패치팀에서 일하고 있으면 게임을 ‘창조’하는 기분이 아니라 ‘노동’하는 기분이 든다”고 고백했다.

특히, 이 같은 개발자들의 이동 대부분은 회사 측으로부터 이루어지는 정리해고나 인사이동이 아닌, 개발자 스스로의 선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의 재정난이나 문제를 일으킨 직원이 아니라면, 개발자들을 함부로 자르는 회사는 없다”며 “(패치팀으로 남아도) 회사 측의 대우가 변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자 스스로 새로운 게임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이 패치팀을 기피하는 이유는 프로젝트 별로 진행되는 게임업계의 특수한 제작환경과 함께 개발자 스스로 자신의 경력관리를 위해 끊임없이 성공할만한 게임을 찾기 때문. 실제로 개발자들은 “기존 게임은 대부분 과거의 형식에 맞춰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자로서 도전할 요소가 적다”는 것을 패치팀 기피의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 ‘울며 겨자 먹기’식 패치팀 운영

개발팀의 인원은 일반적으로 오픈베타테스트 직전에 가장 많이 늘어나며, 상용화 두 달 이후부터 본격적인 인력 이동이 시작된다. 이때 게임이 실패한 경우뿐만 아니라, 게임이 성공한 경우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몸값의 핵심 개발자들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회사로 대거 이탈하게 된다.

물론 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는 회사 측에서 개발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당근’을 내놓지만, 이마저도 새로운 게임에 초기 개발팀으로 참여했을 경우에 얻을 수 있는 높은 인센티브에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중견 개발자는 “핵심 개발자들이 다 나가면 부랴부랴 후임 개발자가 팀장으로 올라가서 급하게 팀을 꾸린다”며 “패치팀의 경우 경력개발자들은 대부분 기피하기 때문에 직책이 필요한 사람이나, 신규인력 위주로 팀을 꾸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게임 업데이트가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리니지 2’나 상용화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게임 몇몇을 제외하면, 이렇게 패치팀 운영은 대부분 주먹구구식이다.

새로운 게임을 쫓아 떠나는 일부 철새 개발자들. 그들로 인해 패치팀으로 남은 개발자의 소외감은 더욱 커지고, 버그 수정이나 업데이트에 무심해지면서 게임을 그만두는 유저들은 갈수록 늘어난다. 유저가 줄어들면 매출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회사 측의 패치팀 지원은 당연히 축소되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철새 개발자, 오베족 유저, 매출 감소의 ‘악순환’

게임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3년이 소요된다. 신입 개발자들 대부분이 이 과정을 통해 경험과 경력을 쌓게 되고, 일할 수 있는 회사와 프로젝트 선택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가장 많은 이직의 유혹을 받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낮은 연봉과 열악한 작업환경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에 지원했던 개발자들이 더 나은 프로젝트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문제는 이 같은 패치팀 기피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온라인게임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수명이 짧아지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폴에버와 게임메카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2005년에 클로즈베타테스트나 오픈베타테스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전체의 30%이다. 나머지 70%의 유저가 월정액제나 부분유료화 방식으로 정식서비스 중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온라인게임 서비스 이용인구가 늘고, 해마다 더 많은 숫자의 새로운 온라인게임이 등장해 정식서비스에 들어가지만 유저들의 기대감이나 서비스 이용만족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다.

온라인게임 비즈니스 전략의 저자 위정현 교수는 “온라인게임의 수명은 얼마나 적절하게 지속적으로 사용자 관리를 잘 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게임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한 개발자와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개발사만이 게임 자체의 매력을 증가시키고,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