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몬의 IT 이야기
PC통신‘스타’들이 말하는 ‘그때가 그리운 이유’
이우혁·김유식·류태형·이성찬씨 ‘나와 그시절’
“하이텔 파란 화면은 차가운 느낌 아닌 파란 피”
하니Only 이정국 기자
하이텔 VT초기화면.
‘삐이이익~~추앙캉퐝카~~’

누리세상에 갑자기 이상한 의성어 바람이 불었다. 지난 25일 케이티하이텔이 오는 2월28일자로 PC통신 하이텔의 VT(가상터미널)서비스를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삐이이익~~추앙캉퐝카~~’ 는 전화선 모뎀으로 하이텔에 접속했을 때 나는 접속음을 누리꾼들의 문자로 표현한 의성어다.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87309.html)

기사가 나간 뒤 누리꾼들은 줄줄이 댓글을 달아 하이텔의 고별을 아쉬워 했다. 온갖 악플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는 포털이었지만 이 기사만큼은 예외였다. 누리꾼 스스로도 놀랄 만큼 ‘선플’(착한 댓글), ‘훈플’(훈훈한 댓글)이 줄을 이었다. 누리꾼들의 숨어 있는 감성을 자극한 것은 아련한 PC통신의 추억 때문이었다. 누리꾼 ‘ooec’는 “이 기사 정말 고맙네요. 잠시 잊고 살았던 지난 추억을 생각나게 해줘서요. 그때는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왠지 정겨웠는데, 요즘에는 너무 냉정해.ㅠㅠ”라며 사라져가는 PC통신을 아쉬워했다.

현재의 고속인터넷망보다 느린 전화선을 사용해야 하고, 러시아워에 접속하려면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접속이 되어야만 했던 조악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많은 누리꾼들은 “그때가 더 좋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순히 ‘추억’ 때문일까?

〈한겨레〉는 PC통신에서 왕성하게 활약하던 ‘그때의 스타’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퇴마록〉이우혁 “양적 팽창 우선시 했던 초기 사이트들의 정책 실패”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 씨.
하이텔 ‘섬머게시판’에 〈퇴마록〉을 연재하면서 현재 대한민국 대표 공상과학소설 작가로 자리를 굳힌 이우혁 작가는 하이텔 VT서비스가 없어진다는 소식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의 부고를 받을 때와 흡사하다”며 아쉬운 심정을 밝혔다. 이우혁씨는 현재 인터넷 문화에 대해 비관적인 의견을 갖고 있었다. 이씨는 “완전 실명제를 채택했던 PC통신과 현재의 인터넷 시스템은 그 차이가 엄청나다”며 “현재 인터넷 문화는 방만하고 무책임한 행동이 난무하는 반달리즘(문화·예술이나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행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영리를 추구하고자 광고·스팸 등의 수많은 꼼수들이 나와 넷을 어지럽히고 있지만 사람들의 이용도나 정보의 양과 질은 PC통신 때를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과거 PC통신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현재의 인터넷을 깨끗하지 못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추억’이 아니라 ‘실제’라며 “홈페이지를 과거 PC통신의 게시판 수준으로 관리를 했더니 과거 PC통신 때와 흡사한 분위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문제투성이인 현 인터넷 문화를 ‘양적 팽창’만을 보고 달려온 인터넷 초기 정책 탓으로 보고 있다. 그는 “양적 팽창에 주목한 사이트들의 관리를 하지 않는 정책으로 인해 극도로 타락한 이용자들을 낳게 되었다”며 “초기 관리로 인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을 방만행위의 간접적인 조장을 통해 저질문화가 보편화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인터넷의 최대장점이라고 보고 있던 ‘정보’에 대해서도 “정보 공유가 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보를 생산하는 것은 과거 동호회를 기반한 PC통신 때보다 줄었다”며 “그저 정보를 쉽게 주으려만 할 뿐 애써 만들어 내지 않는 지적 문제 대한 소유의식이나 의식 가치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월간 객석〉 류태형 편집장 “룩셈부르크의 마을 사람들을 네바다 사막에 떨어뜨려 놓은 격”

〈월간객석〉 류태형 편집장
예술/공연전문 월간지 〈월간 객석〉의 류태형 편집장은 PC통신 시절부터 정평이 난 음악마니아 였다. 류 편집장은 97년 당시 회원수만 4천여명에 달했던 국내 최대 PC통신 음악 동호회였던 하이텔의 ‘소리 모꼬지’ 시삽(운영자·system operater의 준말)을 지냈다. 그는 “91학번인 나에게 하이텔의 파란 화면은 윈도우 바탕 화면과 다름없었다”며 “치열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들어 준 PC통신 동호회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데 사라진다니 아쉬울 따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류 편집장 역시 현 인터넷 문화에 대해 아쉬움의 감정을 밝혔다. 그는 현재 인터넷 문화에 대해 “룩셈부르크에 살던 작은 마을 사람들을 황량하고 넓은 네바다사막에 떨어뜨려 놓은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인터넷에선 제대로 마음 맞는 사람 보기 힘들고, 서로 주파수가 다른 사람들끼리 상처를 주기 일쑤다”고 말했다. 그 역시 원인을 “PC통신 시절에 있던 매너·책임감을 인터넷 시대에선 찾아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류 편집장은 “당시 하이텔의 파란 화면은 차가운 느낌이 아닌 따뜻한 파란 피와 같은 느낌이었지만 현재의 인터넷 문화에선 이러한 따스함들이 파괴된 상태다”며 “파괴하기 쉽지만 되돌리기 어렵다는 말이 인터넷 시대에 되묻고 싶은 평범한 진리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너희가 군대를 아느냐〉의 ‘가브리엘’ 이성찬 “누리꾼들 사이버공간은 현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너희가 군대를 아느냐〉의 작가 이성찬 씨.
나우누리·천리안에 ‘병영일기’를 연재하며 〈너희가 군대를 아느냐〉라는 책을 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성찬씨는 현재 경찰관이다. 현재 광명경찰서 정보통신계에 근무하고 있는 이성찬씨는 ‘악플’을 인터넷 문화를 망치는 주범으로 꼽았다. 예전에는 소수들만이 온라인 상에 글을 올리고 읽었던 것에 반해 누구나 글을 올리고 읽을 수 있는 문화로 바뀌자 익명을 가장한 ‘악플러’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누리꾼들이 사이버 공간을 현실과 다른 가상공간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과거 PC통신 시절에는 있을 수 없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씨는 “현재 버스카드 시스템이 편리하고 좋더라도 어린시절의 버스 안내양 누나가 그립 듯 VT시절의 파란화면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이텔 퇴장의 아쉬움을 밝혔다.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 “누리꾼과 관련 기관의 의식도 발전되어야”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
국내 최대의 사진관련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 대표는 하이텔 시절 소문난 ‘입담꾼’이었다. 횡수동(횡설수설 동호회)과 유머게시판에 활약하며 수 많은 팬을 거느렸던 그는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디시인사이드를 만들고 ‘유식대장’으로 불리다가, 지금은 큰 자본금을 지닌 기업의 사장님이 되었다. 김 대표는 “전신인 케텔부터 20~30대를 보낸 하이텔이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의 직업도 하이텔 덕택에 가능했다”며 “젊은 시절 밤을 새워 채팅하고 글을 쓰면서 울고, 웃던 감동의 시간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의 인터넷 문화에 대해선 “긍정·부정의 양면이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PC통신 시절은 이용자가 적다보니 낭만도 있고 끈끈한 정도 있었지만 사회적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고 PC통신의 한계를 분석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온 국민이 네티즌은 상황에서 가족적인 분위기는 떨어졌지만 그 영향력은 어느 매체보다 강력해졌다”며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문화처럼 누리꾼이나 관계기관들의 의식도 그에 맞춰 발전되어야만 부정적인 측면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이렇게 과거의 PC통신(VT-100을 기반으로 한 텍스트 접속형태)의 그리움을 표하는 이유는

인터넷 문화를 흐리게 만들고 있는 악플과 관련이 있겠다. 과거 PC통신의 경우에는 글을

남기기 위해서는... 아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로그인을 해야했다. 이는

실명제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아이디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것이 그 때의 문화였다...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인터넷과는 다르게... 대중성은 조금 약했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의 보급도 그렇고

전화선을 이용한 접속도 그리 쉽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과거의 PC통신은

가진 자들의 문화였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쉽게 행동할 수 없었고, 말 한마디를 하는 것에도 조심스러울 뿐이었다.

지금은... 아이디를 쉽게 만들고 쉽게 지울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사람들의 익명성 속에

숨겨진 난폭함을 더욱 흉폭하게 만드는 비극의 바탕이 되어버린 듯 하다.

즉흥적으로, 자기를 표현한다는 목적으로 다른사람에게 험담하고 욕하는 모습들의 사람들.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양은 늘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준은 낮아졌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전에 머그게임을 하면서 즐거웠던 적이 있다.

기술은 점점 발달하여 지금은 MMORPG라고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사이버 세계에 빠져있다.

거기서 사람들은 서로를 해치고 험담하고 상처입힌다. 보이지 않아서... 내가 강해서...

인터넷의 바다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난폭한 상어들 밖에 없는 것일까...?

속도가 빨라져서 좋을 것이 있지만, 반대로 느려져야 할 것이 있다....

느리게,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