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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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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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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힐코트 (2009 /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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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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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 모르텐슨,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로버트 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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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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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파괴되고 살아남은 사람들.
마치 영화 '2012'의 세계 멸망의 시간 이후의 세계로 이어지는 느낌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 영화 선택의 기준은 감독이나 배우가 아니다. 그저 나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이면 된다. 그 영화를 제작한 감독도 배우도 아니고 그 영화에 대한 리뷰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더 로드'는 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안에서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본성(폭력성, 생존, 부성애)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아들의 가슴 속에 피어오르는 불(그건 아마도 '미래'가 아닐까?)을 옮기는 긴 여정을 담은 영화로 보인다.
문명이 파괴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이성이 사라져버린 듯 하다.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살아남은 자들을 공격하는 인간성이 소멸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영화의 트레일러 영상 속에서는 살아남은 자들의 다양한 본능들이 표출되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남은 자를 왜 공격할까?
생존은 생물에게 있어서 가장 절대적인 기준이다. 지구가 탄생하고 지각변동과 천재지변의 가운데에서 생명체를 구성할 수 있는 DNA 가 생성되고 단세포 생물로 태어나고 현재에 이르는 다양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것은 '생존'에 대한 절대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탕이 된다. 약한 자가 강자에게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법칙,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법칙. 이 두가지의 자연법칙 안에도 '생존'은 스며들어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생존'을 목표로 살아있는 자들을 공격한다.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이 존재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영화 속에서 아들이 묻는다.
아버지는 답한다.
'우리는 불을 옮기는 사람이야. 네 가슴 속에 담긴 불을 말이야.'
나는 그 불이 다음 시대를 살아갈 세대(미래)가 가슴에 담게 되는 '희망, 꿈'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그 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자신을 공격하는 자들에게서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고 지키는 마음, '부성애'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그런 '부성애'가 가득한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손을 남기는 일은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후대에 남기고 영원히 살아가는 방법이다. 자신의 자손이 살아남아 후대를 번영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자신이 영원히 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은 서로의 짝을 찾아서 만나고 자신의 후손을 이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생물의 '생존'의 필수 요건이다. 자신이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후손이 살아남아가는 것.
그런데 요놈의 대가리가 큰 인간이란 영장류는 생각이란 걸 하게 되면서 자신만을 사랑하는 자기애에 빠져버렸다. 살아가기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을 위해 산다는 이유로 결혼도 하지 않고, 그저 순간순간에 쾌락을 즐기며 살아가는 족속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런 추세가 계속 된다면, 생존할 수도 없고 영원히 살아갈 수도 없다. 종교에서 말하는 영생따위는 개나 줘버려라. 인간은 100년이상 살아봐야 필요가 없는 존재다.
우리나라도 2300년에는 인구가 5만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지금 나를 포함한 젊은 세대는 영화 속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국가 수장과 그를 따르는 윗대가리들은 '신자유주의'를 외치면서 '경쟁, 경쟁, 경쟁'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이 나라를 '경쟁의 각축장'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경쟁'이란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해야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어디 그런가? 가진 게 많은 자들이 살아가기 좋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얼마전,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의 사면'만 보더라도,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명시할만한 결과물이 라고 생각한다.
가진 자들끼리 서로를 옹호하는 와중에, 세상에 뛰쳐나가야할 젊은 세대는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 치열한 취업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이 전쟁을 위해서 밤새 영어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각종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이력서를 채워나가야 한다. 취업에 성공해서는 사회적인 압박에 시달리며 살아남기 위해 죽을뚱 살뚱하면서 결혼할 엄두도 내기 어렵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고 있다. 젊은 이들이 만나서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기 위해서 억단위가 소모되는 그런 사회의 추세 속에서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도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찾아오는 건 '소멸'이다.
생존하지 못하면, 소멸하는 것이 생물의 당연한 귀순.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생존보다는 소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취업은 어렵고, 그래서 취업을 포기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그런 와중에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가진 자'들만이 영유할 수 있는 정책을 남발하면서 '가진 자'들 만을 위한 '노아의 방주(결국 돈)'를 건축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노아의 방주'를 위한 골격다지기 공사(4대강 사업)를 들어간다. 힘없고 가난한 자들은 그 공사의 인력을 스며들어갈 수밖에 없고, 방주가 완성되면 휘몰아쳐오는 급류에 휩쓸려 소멸되어갈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다. 이렇게 쓰다보니까 울컥하고 암울해진다. OTL. 돈없어서 서럽다니!!
이런 암울한 시대가 싫어서 나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며 나를 위한 씁쓸한 위로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2010년의 첫 영화는 '더 로드'를 선택하겠다.
두번째 영화는 아마도 '아바타'. 3D iMAX로 보고 싶은데, 당장은 계속 매진사례다. 윽!!